보신각

12월 31일 아침 일찍.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신각, 광화문, 안국동 등 시내 5군데 CCTV탑에 올라갔다. 뭔 폭력적이고 오만방자한 짓이냐고 따지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평화적이고 겸손했던 이들의 외침은 이미 100일이 넘도록 폭력과 인권 유린 앞에 무너져 왔었다.

가장 먼저 공권력이 들이닥친 건 예상대로 보신각. 그날 밤 '희망찬 새해'를 함께 맞기 위해 수십 만이 모여들 곳이었기에, 그 희망찬 새해를 TV에서 자주 보던 연예인들이 나와 축하해 줘야 하는 곳이었기에, '희망없는 새해'를 맞을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전에 사라져 줘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리고 12월 31일 밤. 각 방송사마다 연기대상이니 가요대전이니 하는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저마다 보신각을 연결해 타종 모습을 보여줬다. 희망찬 새해를 반기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 그 밝은 표정을 어찌 욕할 수 있을까. 코스콤 비정규노동자들의 절규를 모른다고 어찌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모두가 밝은 표정이었음 좋겠다. 거기 있는 수십만의 인파 속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날 아침에 끌려갔던 사람들도... 밝은 표정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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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 | 2008/01/02 13:1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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