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3일
지금 내 앞에서 새가 짹짹거리듯이 조잘거리는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짜리들이다. 조금 전에 같은 학교 친구 아이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며칠 전에 자기 방에서 목매달아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왜 우울증이 심했을까에 대해 "따였어요."라고 한다. "왜?"라고 묻자, "약간 정신장애가 있었어요."라고 했다. 순간 버럭 화가 나서 "진짜 나쁜 것들. 이 철없는 것들. 성격이 못되고 괴팍해서 따시킨 것도 아니고, 장애를 따시켜?"라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다들 반성하라고 윽박질러버렸다. 그리고 잠시 조용한가 싶더니 또 여러 가지 주제를 옮겨가며 수다를 떨고 있다.
죽는다는 게 그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 철저히 소외되고 배제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 친구의 자살 소식에 소름 돋아 하면서도 곧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아이들... 그런 시절을 즐겨라... 마음껏.
# by 바람이 | 2008/10/03 21:29 | 트랙백 | 덧글(2)
2008년 09월 27일
요즘 고3 아이들 중 많은 수가 수시2-1 전형 논술/면접 시험을 보거나 수시2-2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 한 명 당 적게는 2~3곳에, 많게는 6~10곳에 수시전형 원서를 넣어 놨다. 전형료만 해도 한 학교 당 5만~10만원이 족히 되는데, 시험을 치르는 데만 해도 10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주말마다, 10월이 되면 평일에도 시험을 치러 다녀야 한다.
오늘 한 아이가 논술 시험을 치고 왔다. 화학/생물은 그나마 쉽게 나왔는데 물리는 너무 어려웠다며 울상이다. 그 아이는 다음주에는 또 서울시립대와 아주대 시험을 치러 간다. 많은 아이들이 10월 한 달을 거의 그렇게 보내야 한다.
수리 논술/구술 수업을 시작하면서는 나름대로 포부가 있었다. 아이들이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고를 전개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가 아는 지식을 종합해서 추리할 수 있도록 해야지 생각했다. 모든 대학에서도 논술/구술 문제 출제 의도를 그런 식으로 밝힌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와 종합적 분석력, 교과 과정에 충실하면 풀 수 있는 난이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등등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금 많은 대학에서 출제되는 논술 문제들을 스스로 생각해서 풀어낼 수 있도록 초중고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정말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적어도 기본 개념도 모르고 계산만 디립다 시키는 문제들은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좌절감을 맛본다. 아이들은 초중고 12년의 교육을 받는 동안 스스로 생각할 능력을 체계적으로 거세당해 왔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이를테면, 미분과 적분 문제를 숱하게 풀어봤을 아이들이, 미분과 적분의 정의에 기초해 풀이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는 어려워 한다. 확률 계산하는 문제는 척척 풀면서도 확률의 정의를 바탕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기까지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에도 많은 아이들이 손을 못 댄다. 수많은 유리수, 무리수 계산을 해봤을 아이들이 정작 유리수가 무엇인지를 모른다.
몇 번이나 개념을 설명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떻게 유용한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 때는 언제나 그 풀이 과정이 어떤 개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인지를 설명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내가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거린다.
수시의 계절이 돌아오니 나 또한 마음이 급해진다. 차근차근 하나 하나 설명하거나,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고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여유가 줄어들어 간다. 잘 나오는 유형이 어떤 것이고 각 유형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인지라, 어쨌든 입시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나를 압박한다.
너무 많은 것을 머리 속에 집어넣어야 하는 12년의 시간 동안, 그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충분히 시간을 붙잡고 스스로 생각해볼 여유를 얼마나 가져봤을까? 언젠가 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12시간 동안 붙잡고 앉아있던 내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앞으로 12시간만 더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할래."라면서 문제가 풀리지도 않는데 흥미진진했던 표정....
# by 바람이 | 2008/09/27 23:44 | 트랙백 | 덧글(0)
2008년 09월 25일
에고 공들여 작업하느라 좀 힘들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다른 일정들이 있어서 야밤에 작업하느라 하룻밤 꼴딱 새고 두번째 밤샘 끝에 기절해주셨다. (사이즈가 크니까 클릭해서 보삼~~ ^^)
# by 바람이 | 2008/09/25 21:59 | 트랙백 | 덧글(2)
2008년 09월 19일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읽는데, 서문에서 왕 감동적인 표현을 만났다.
"좀 더 사랑하기 쉬운 세상"
돈 때문에, 실적 때문에, 경쟁 관계 때문에, 갑-을 관계 때문에, 배타적인 소유관계 때문에, 가부장적 가족 관계 때문에, 수직적 직위 관계 때문에, 사용자-피고용자 관계 때문에....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기가 참 쉽지 않은 세상이다. 완전히 다른 관계로 만났으면 너무나 좋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 싸우고 할퀴고 상처를 주고 받는다.
좀 더 사랑하기 쉬운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사회운동이 "사랑"이나 "행복" 같은 걸 쟁취할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에 만난 누군가는 "운동권은 행복을 쟁취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아. 행복은 그저 자기가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 건데 말야."라고 말했었다. 그때 이 문구를 봤더라면, "사랑이나 행복을 쟁취할 수는 없어. 그저 좀 더 행복해지거나 사랑하기 쉬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거지."라고 말해줬을 것이다. 물론 참 많이 반성하면서, 부끄럽게 이야기해야 할 말이긴 하지만...
# by 바람이 | 2008/09/19 20:33 | 트랙백 | 덧글(0)
2008년 09월 19일
옥수수 수염을 이용했다는 인상을 주는 음료수들이 많이 나온다. 옥수수 수염이 그 음료수의 성분 중 몇 프로를 차지하는지, 옥수수 수염과 화학첨가물 중 뭐가 더 많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7월 초에 집에 갔을 때, 이제 막 여물기 시작하는 옥수수들을 보면서 "할머니, 요새는 옥수수 수염이 잘 나간대요. 나중에 옥수수 따고 수염 버리지 마~. 내가 와서 가져갈께~."라고 지나가는 말로 했다. 옥수수 수염을 넣고 물을 끓이면 정말 옥수수수염차 맛이 나는지가 궁금해서.
그랬더니 이번 추석 때 할머니가 동생에게 옥수수 수염을 몽땅 보내셨다. 아흑...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번 해본 거였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옥수수 깔 때 조심스럽게 수염도 모아 말렸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우웅... 우리 할머니. 넘 보고 싶어졌다.
* 참고로... 옥수수 수염을 넣고 물을 끓이면, 도저히 마셔줄 수 없는 맛이 난다. (도대체 음료수로 나오는 옥수수수염차들은 뭘로 그런 맛과 향을 냈는지... 몸에 좋다는 거 80%쯤은 뻥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 by 바람이 | 2008/09/19 04:39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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